[코로나] 독일에서 코로나 검사 받은 이야기3: 검사결과
병원은 일을 하지 않는다
예상치 못하게 늦잠을 자서 느지막이 11시 정도에 일어났다. 어제 간호사가 오전 중에 전화를 해도 결과를 알 수 있다기에 바로 병원에 전화를 하기 시작했는데, 받지 않았다. 계속해도 계속 안 받는다. 점심시간 이후에도 계속했다. 이럴 거면 왜 전화를 하라고 한 걸까? 직접 갈까 생각도 했지만, 최근 환자가 급격히 늘어 하루에 7000명을 넘어섰고, 드레스덴에도 확진자가 급격히 늘고 있어서 오히려 병원에 가는 것이 더 위험할 수도 있다는 친구의 조언에 그냥 계속 전화를 해 보기로 했다. 이렇게 나는 하루 종일 50통이 넘는 전화를 걸었고, 단 한번도 받지 않았다.
접촉자의 접촉자(C)들에게 연락은 계속 오고, 병원은 전화 자체를 안 받고.. 스트레스도 이런 스트레스가 없었다.
하...
친한 친구 롤라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니, 자기도 전화거는 것을 도와주겠다고 했다. 한 20분 뒤 롤라에게 전화가 왔고, 롤라는 통화에 성공했다고 했다. 아주 기쁜 목소리로 "나 결과 알았어!!!!!!" 그때가 오후 5시 40 - 45분 경. 병원 문 닫기 15 - 20분 전에 극적으로 통화가 된 것이다. 음성이었다. 롤라는 나보다 더 기뻐했다. 나는 별로 기쁘지 않았다. 이 코로나소동에서 인간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가 너무 컸기 때문에, 코로나에 대한 불안감은 저 멀리 작아진 지 오래였다. 그런데 이 독일 병원, 환자 이름만 듣고 결과를 알려줬다. 롤라는 내 생년월일도 몰랐는데 그냥 알려줬다. 이 경우엔 득이 되었지만 이런 식이면 안 되지...
약 이틀의 시간동안 정말 너무너무 너무너무너무 스트레스였다. C들에게 오는 연락들, 나 나름대로의 걱정. 아무도 대신해 줄 수 없는 것들이었다.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면 이렇게 개개인이 고생하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일부의 C들은 자기 스케줄이나 자기가 접촉한 D들까지 걱정하며, 내게 테스트 결과를 보챘다. 심지어 얼굴도 모르는 어떤 D는 나에게 결과지를 보여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경우가 없어도 없어도...
이런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다시금 내가 접촉자가 된다고 했을 때, 똑같이 용감하게 주변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복귀
교수님께 여쭤보니 나는 당장 복귀가 가능하다고 했다. 환자와 접촉후 5일 이후에 검사를 받으면 보스와 상의 후에 복귀를 할 수 있으니, 자기 허락으로 나는 당장 복귀가 가능하단다.
별로 안전해 보이지는 않지만, 어째든 나는 복귀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