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 인터뷰(면접)] 교수님 별 인터뷰 유형
석사 논문을 쓸 실험실을 찾던 도중, 운이 좋게도 내가 가장 가고 싶어 했던 랩의 교수님에게서 답장이 왔다.
"운이 좋게도" 라고 쓴 이유는 대부분의 교수님들이 답장조차 주시지 않기 때문이다.
어쨌든 나는 정말 운 좋게 석사 논문 프로젝트가 있다는 답변과 함께 인터뷰 날짜가 잡혔다.
현재는 인터뷰까지 끝난 상황인지만, 준비할 당시에 가장 가고 싶었던 랩이었던 만큼 간절함과 불안감이 컸다.
인터뷰에 대해 너무 두려워하는 것에 앞서 알아야 할 것은 인터뷰가 잡혔다는 것은 거의 70% 이상은 이미 합격했다는 것이다. 내가 보낸 메일, CV 등을 보고,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교수님들은 굳이 인터뷰까지 보는 수고로운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 아예 답장을 안 해 버리거나 메일로 자리가 없다고 거절할 것이다. 때문에 인터뷰까지 잡혔다는 것은 경쟁자가 많거나 내가 너무 멍청해 보이거나 사람들과 어울리는데 크게 문제가 있을 것 같지 않는 이상 합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뜻이다.
어쨌든 혹시라도 나와 비슷한 상황에 있을 분들을 위해 그동안의 경험과 조언들로 인터뷰가 어떻게 진행되는 지를 간략하게 써 보고자 한다. 오늘은 간략하게 인터뷰 볼 때 교수님 별 유형을 소개해봤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석사생의 시선에서 본 것이고 박사생을 뽑는 인터뷰는 또 다를지 모르니 참고만!
실험실 인터뷰는 정말 교바교(교수님 바이 교수님)다. 그동안의 경험과 주변 사람들의 경험담을 들어본 결과 크게 네 가지 정도의 유형이 있었다. (이렇게 나누는 것도 참 웃기지만.)
1. '프로젝트 홍보'
가장 편한 케이스다. 나에 대해서는 거의 묻지 않으시고, 그 곳에 들어간다면 내가 하게 될 프로젝트에 대해서만 열심히 홍보하신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어떤 점이 좋고, 왜 의미가 있는 것 인지 등등을 정말 열심히 설명하시고, 나의 실험실 경험 등에 대해서는 정말 1도 묻지 않으셨다.
그렇지만 CV는 이미 읽어보시고, 이 연구가 내가 전에 해왔던 연구와 이런이런 관련도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신 것을 보면 그래도 CV를 보고 어느 정도는 판단을 하신 것 같다.
나는 운이 좋게 지금 있는 실험실에 이렇게 들어왔지만, 거의 이런 경우가 없을 것 같긴하다. 솔직히 내가 교수라면 학생에게 몇 가지 질문은 했을 것 같은데, 교수님이 너무 바쁘신데 급하게 진행시키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어 사람을 최대한 빨리 뽑고 싶거나, 이미 그 학생에 대해 들은 바가 있어 그 학생이 어떤 학생인지 알면 이렇게도 뽑을 것 같긴 하다. 또는 누굴 뽑으나 고만고만하고 실험은 가르치면 어느 정도는 비슷하게 해낼 것이라고 생각하셔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주로 교수님과의 소통이 거의 없는 큰 랩에서 이렇게 뽑을 수 있을 것 같다.
2. '너를 소개해 봐'
가장 흔한 유형일 것 같다. 내가 학문적으로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는 지 물어보신다.
예를 들면, 왜 이 실험실에 지원을 했는지, 지금 있는 실험실에서 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무엇인지, 어떤 실험 스킬이 가능한 지, 학사는 무엇을 전공했는지, 학사 때 실험실에서는 무엇을 했는지 등등 충분히 예상가능한 질문들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내가 했던, 혹은 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디테일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어찌 보면 교수님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내가 무슨 프로젝트를 했고, 무슨 테크닉을 할 줄 알고 보다 '프로젝트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진행하는 능동적인 사람'인지, 아니면 '사수가 시키는 대로 하는꼭두각시'인지 판단하는 것이다.
또, 교수님들은 그 필드에서 오랫동안 연구해 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꼭 평가의 목적이 아니더라도 내 이야기를 듣다가 궁금한 점이 생길 수 있다. 특히나 그 질문이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중요한 질문이었다면, 그럼에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면, 좋은 인상을 남기기는 힘들 것이다.
3. '너를 평가하겠어'
조금 더 노골적으로 내가 똑똑한지 멍청한지를 평가해 보려고 하시는 분들이다. 사실 나는 아직 이런 교수님과 인터뷰를 해 본 적은 없다. 다만, 건너 건너 이런 교수님들도 있다고 들었다. 2번의 '너를 소개해 봐'에 더불어 전공지식까지 물으며 내가 기초 지식이 있는지 없는지 알아보는 교수님들이다.
물론, 그런 전공지식들은 대부분 아주아주 기초적인 것들이다. 거의 이걸 모르면 학사학위가 의심된다 싶을 정도의. 생명 분야로 예를 들면, '전사가 무엇이고, 전사가 일어날 때 필요한 요소들이 무엇인가?'
그렇지만 2번과 확연히 다른 점은 교수님이 궁금할 수가 없는, 모를 수가 없는 기초적인 질문들로 시험한다는 것이다. 이런 유형이 두려운 이유는 평가를 받는다는 두려움과 정말 어떤 질문을 할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주로 정말 기초적인 질문을 하니 너무 걱정은 안 해도 될 듯하다.
4. 'PT 준비 해'
내가 과거에 했던 프로젝트를 ppt로 준비해서 교수님 앞에서 발표하는 것을 원하시는 교수님도 있었다. 사실상 이런 교수님은 거의 드물다. 특히나 박사생이나 포닥 포지션도 아닌 랩 로테이션, 석사생은 이렇게까지 뽑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번 랩 로테이션을 찾을 때 한 교수님께서 랩 미팅 때 참여해 이렇게 pt를 할 것을 요구한 교수님이 계셨다. 나는 다른 랩에 가기로 결정을 해서 이 인터뷰를 직접 보진 않았지만.
편의상 이렇게 이름을 나누어 붙이기는 했지만, 사실 거의 모든 교수님들이 교수님 입장에서도 자신의 프로젝트를 홍보한다. 심지어는 ppt까지 준비하셔서 발표하듯이 해주시는 교수님도 몇 분 계셨다.
학생에게도 선택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이 프로젝트가 얼마나 흥미가 있고, 그 학생이 그동안 쌓아온 커리어, 그 학생의 관심분야와 얼마나 관련이 있는지 등으로 홍보를 한다. 나는 이 점에서 조금 놀랐다. 한국에서 내가 인턴을 할 때는 항상 나는 평가만 받는 입장이었고, 합격한 게 확정이 나야 사수는 누구인지, 어떤 일을, 어떤 프로젝트를 할 것인지 상세하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는 뭔가 학생에게도 선택권이 있고, 그것을 당연하게 인정을 해주고, 프로젝트도 자세히 소개하며 홍보하는 모습이 학생만 일방적으로 평가받는 게 아닌, 교수님이나 학생이나 서로가 서로에게 평가하고 판단하는 동등한 입장이 된다는 느낌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 학생도 이 많은 랩들 중에서 나의 관심 등을 고려해 골라서 가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