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석사일상 D+353] 좋은 쪽으로만 생각하기, 피자 한 판
2020.09.18
좋은 쪽으로만 생각하기
나를 감정적이게 만드는 일이 있었는데, 렐라 언니랑 이야기하다가 좋은 쪽으로만 생각하기로 했다. 그 사람의 생각과 감정은 내가 그 머릿속에 들어가 보지 않는 이상 알 수가 없는 것이니, 내가 가지고 있는 한정된 정보들로 생각을 읽어내려 애쓰기보다, 그냥 나에게 좋을 대로 생각하기로 했다. 믿고 싶은 대로 믿기로 했다. 어차피 혼자 소설 써 봤자 점점 안 좋은 쪽으로만 써지게 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
그렇게 보낼 시간에 대신 나는 더 바쁘게 살면 되는 것이지롱
때로는 모든 것을 깔끔하게 매듭짓는 것보다 흐릿한 채로, 여운이 있는 채로 남겨두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에는 모든 것을 생각하고, 확실히 하고, 정확하게 알고, 매듭을 지어야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나이가 들었나 보다.
사람 사는 게 어디에 가나 장소만 달라질 뿐 다 똑같지만, 독일에 살면서 정말 예상치도 못한 감정들과 상황들을 겪는 것 같다. 한국에서도 일어날 법한 일이지만, 한국에서 일어났으면 왠지 그러려니~ 했을 것을, 독일에서 겪으니 '아니, 독일에 와서 이런 일을?!' 이렇게 되는 것 같다.
그러면서 느낀 것은 나도 멘탈이 꽤 강해졌다는 것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사실이었던 것이 나는 정말로 정말로 유리멘탈이었다. 지나친 기억력으로 쉽게 떨쳐낼 수가 없는...
그렇다고 이제 기억력이 나빠져 버린 것은 아니지만, 그냥 조금 더 여유롭게 생각하는 걸 배운 것 같다.
- 꼭 이거 아니어도 돼.
- 나는 더 큰 그릇이야.
- 날 안 받아들이면 자기 손해지.
- 그 시간에 즐겼으면 됐어. 내가 재밌었으면 됐어.
사실 완벽하게 잘 되는 것은 아니지만, 예전에 비하면 많이 발전했당
피자 한 판
요즘 폭식의 시즌을 맞아 또 점심에 35cm 피자 한 판을 해치워 버렸다. 롤라가 제안한 점심 약속에 캐서린과 함께 먹게 되었다. 이탈리아 가면 '아니 1인 1 피자 어떻게 해' 이랬는데 내가 롤라 피자 한 조각까지 뺏어먹은 거 합치면 정말루다거 1인 1피자 + 알파. 저녁은 안 먹었다. 양심이 있지. 사실 포도 한 송이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