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접촉자가 되었다
며칠 전, 내가 코로나 확진자와 접촉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실험실에서 실험을 거의 끝마치고 있던 화요일 오후 4시경, 친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고, 울먹울먹 한 친구의 목소리에 무슨 일이 생겼나 보다 싶었다.
"나 코로나 걸렸대ㅠㅜ" 진짜 너무너무 놀라서 믿기지가 않았다. 사고가 정지되는 기분이었다. 코로나???? 진짜 그 코로나???? 코로나가 다시 심각하게 퍼지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가까이 올 줄이야.
나는 그 친구를 지난 주 화요일에 만나 우리 집에서 같이 그 친구가 해 온 음식을 먹었고, 토요일 밤에 친구가 또 우리 집에 잠깐 들러 만든 음식을 전해주고 갔다. 우리는 15분 정도 동안 마스크 없이 대화를 했다.
그러고 몇시간 뒤인 일요일 아침부터 그 친구는 감기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월요일에 병원에 갔고, 검사를 받았다. 그리고 화요일 오후에 확진이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정말 의아하고 억울했던 것은 어디서 걸린지도 모르고, 최근에 특별히 어디를 갔다거나 특별한 일을 한 것도 아니고, 심지어는 대중교통도 안 탔는데, 진짜 그냥 걸렸다.
대응
나는 순간 너무 벙쪘다. 내가 접촉자면 실험실은? 나는 뭘 해야 되지? 일단은 같이 점심 먹은 롤라에게 전화를 했고, 룸메에게 알렸다. 그러고 코로나 비상전화번호로 전화를 했다. 자동응답기 음성이 들리고 끊기기를 반복, 한 5번 만에 통화가 되었다. 여기서부터 정말 답답터지는 독일 행정 시스템 얘기.
전화를 받은 아저씨는 내가 어떻게 코로나 확진자와 접촉했는지 자세한 경로를 물었다. 언제, 어디서 만났고 뭘 했는지. 웃긴 것은 내가 10분 ~30분 정도 얘기했다고 했더니, 10분이야? 30분이야?라고 물었다. ㅎㅎㅎㅎ아주 정확해 아주. 또, 확진자와 접촉자의 개인 정보를 수집해야 된다면서 내가 접촉한 확진자 이름, 주소, 이메일 그리고 내 이름, 주소, 이메일을 적어갔다. 또 웃긴 건 통화 신호가 안 좋다면서 이 모든 것을 알파벳 하나하나 불러야 했다. 지금 생각해도 어이없는 건 왜 확진자 개인정보를 저로부터 알아가는 겁니까? 확진자 정보를 이런 식으로 수집하나요? 정작 확진받은 친구는 이 코로나 비상 전화와 연락이 안 되어서 통화 한 번 못하고 있었다. 정보를 수집한 후 그 아저씨는 내게 확진받은 친구가 해야 할 일을 알려줬고, (이걸 왜 나를 통해 알려주냐고 답답이 들아)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알려줬다.
나와 같이 확진자(A)와 접촉한 접촉자 (B)는 검사가 의무가 아니었다(?). 다만 격리는 의무이고, 증상이 발견되었을 시에만 검사를 받는 걸로 되어 있었다. 대신 검사는 받고 싶다면 받을 수 있는데, 증상이 있거나, 접촉자인 경우 무료로 받을 수 있었다.
이후에는 실험실 교수님, 사수님, 우리 과 행정쌤과 더불어 지난 2주간 내가 만난 사람들에게 사실을 알렸다. 문자랑 메일 포함해서 적어도 10통은 보낸 것 같다. 고마웠던 것은 나는 약간 미안한 마음이 생겼다. 내 잘못도 아닌데...
지난주에 실험수업이 있어서 여러 학생들이 모였었는데, 혹시라도 나 때문에 퍼졌다고 생각하니 정말 끔찍했다. 검사 예약을 잡으려고 병원에 전화를 하니 역시나 받지 않았고, 곧 오후 6시가 넘어 병원 문을 닫을 시간이었다. 결국 내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전화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확진자 친구가 너무 죄책감을 가지는 것 같아 마음이 안 좋았다. 정말 그냥 발생한 일이고, 아무도 그 친구에게 책임을 물 수 없다. 나도 나 나름대로 대처한다고 잘 못 살핀것 같아서 대충 바쁜일이 끝나고 다시 연락해서 위로해 줬다.
오늘 일로 느낀 것은
1. 독일은 시스템이 기관별로 하나도 연결이 안 되어있다.
우리나라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바로 구청에서 알고 문자를 뿌린다. 독일은 확진을 받아도 보건국 (Gesundheitsamt)에서 조차 모른다. 확진자가 직접 연락을 취해 신고해야 한다. 즉, 확진자가 안 하면 아무도 모른다.
2. 코로나에 걸렸을 때, 접촉했을 때 대처법이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우리나라는 확진자와 접촉할 경우 가까운 보건소나 선별 진료소에 방문하여 무료 검사를 받아야 하고 이후에는 14일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서 이렇게 줄줄 나올 정도인데, 독일에서 내가 접촉자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뭘 해야 할지 몰라 벙쪄 있었다. 나뿐 아니라 주변 사람 모두가 그랬다.
우리 연구소에서 나온 행동강령 같은 게 있었는데 평소에 그런 이메일이 와도 꼼꼼히 하나하나 읽어보지는 않으니 잘 몰랐다. 그리고 그건 연구소에서 나온 것이고 정부에서 나온 것은 아닌데, 연구소마다 행동강령도 조금씩 다르고, 정확히 정부에서 이렇게 해야 한다라는 것은 딱히 없는 것 같았다. 있다 하더라도, 적어도 제대로 홍보가 되고 있지 않았다.
정부 중심으로 통일성 있게 관리되고 있다기보다는 각 기관 별로 관리하는 느낌...(느낌일 뿐 정확하진 않음.)
3. 내가 접촉자여도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내가 접촉자더라도 내 입으로 알리고, 내 발로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고, 내가 직접 코로나 비상전화에 전화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 아, 확진자랑 나 밖에 모른다.
이렇게 관리되니 확진자가 늘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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