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01
이 날이 오기는 오는구나!
올해 초부터 난리였던 코로나는 결국 모두가 기대하던 여름이 되어서도 끝나지 않았고,
3월에 와 5월에 돌아갈 예정이었던 나의 일정은 7월까지 연장되어 드디어 오늘! 출국을 하게 되었다.
날짜를 정해 두고도 생각하기도 싫고 안 왔으면 했지만, 시간은 관대한 법이 없지^^
그렇게 나는 정신없이 한국을 떠나왔다.
집-> 인천공항
이 썰을 또 빼 놓을 수가 없지. 평범한 일도 스펙터클하게 만들어버리는 코로나.
일단 수도권이 아닌 우리 집쪽에서 운행하는 공항버스는 운행을 하지 않거나 해도 하루에 2번 맞지 않는 시간이었다.
결국 서울을 거쳐 공항을 가야 한단 얘기지~ 서울에서 인천공항이야 차도 자주 있고, 시간도 얼마 안 걸리니까.
정오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맞춰 타기 위해
새벽 5시 첫차를 타고 서울에 8시 10분경에 도착-> 공항버스 1시간 정도 타겠지 그럼 9시~9시 반에 공항 도착. 충분하다~라고 생각했는데
어제저녁에 갑자기 문득 출.. 근... 시.. 간? 이 떠올라 네이버 지도에 경로를 검색해 보았더니 서울에서 공항 가는 버스 노선이 안 뜬다? 불길한 예감은 정확했고, 전화해 보니 코로나 때문에 운행 안 한단다. (그 6000번대 파란색 버스 그거 맞아요 그거 운행 안 한대요ㅠㅜㅠㅜ)
최소 시간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이 출근길 지옥철 2번 갈아타고 공항철도로 가는 것~ 그렇게 10시경에 공항에 도착했다.
인천공항
인천공항은 정말 정말 한산했다. 놀랍도록. 특히 지금이 성수기 여름철인 것을 감안하면 믿기지가 않는다.
아시아나는 체크인 창구가 A~C인데 족히 100개도 넘는 그 창구들 중 거의 10개 정도만 운영했고, 그마저도 사람이 많지 않아서 공항에 일찍 도착하지 않았는데도 내 앞에 1~2줄밖에 없었다.
저 안내 로봇은 공항 곳곳을 누비고 다닌다. 전에는 본 적 없는데, 이름도 있었다. 에어스타.
저렇게 코로나도 조심하라고 알려주고, 사진도 같이 찍어준다고 한다. 난 부담스러워서 안찍었닿ㅎ
오늘 오는 중에 기분이 이상했던 것은 내가 공항철도에서 카드를 찍고 나오자 저 차가 앞에서 기다리다가 나를 엘리베이터 앞까지 태워다 줬다는 것이다. 당황ㅋㅋㅋㅋㅋㅋ 진짜 나오자마자 너무 자연스럽게 나를 안내하셨다.ㅋㅋㅋㅋ
왕족이라도 된 기분ㅋㅋㅋㅋ 원래는 몸 불편하신 분들이나 힘드신 분들 위해서 운행하는 것 같은데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나를 태워주셨다.
몰랐는데 이 날이 '유럽 하늘길' 재개 첫날이었다. EU가 한국을 비롯한 14개국을 입국 허용했고, 따라서 나는 자가격리를 하지 않아도 됐다.
그리고 마스크. 마스크는 1인당 30개까지 반출 가능하고, 2개월 이상 머무를 경우 최대 90개까지 가능하다. 무조건 위탁 수화물이 아닌 기내 가방에 넣어야 하고, 30개 이상 가지고 갈 경우, 신고를 해야 한다.
2개월 이상 머무른다는 증명이 될만한 것 (ex. 비자카드)를 지참해야 하고, 마스크 개수도 하나하나 세 본다. 이것을 무사히 통과하면 이렇게 생긴 딱지를 마스크가 든 가방에 붙여준다.
면세구역도 텅텅- 음식점은 열지 않고, 다른 가게들은 열긴 했지만 손님은 거의 없었다.
독일로 가는 하늘길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탄 유럽행 비행기 중에 가장 설렘 없이 탔는데 가장 좋은 환경이었다ㅋㅋㅋㅋㅋ
이지니스하고 하져ㅋㅋㅋ 나는 살아생전에 비지니스 언제 타보나 했더니 이지니스를 타게 되었넹??
3-3-3 자리 비행기였는데 세 자리를 나 혼자서~
스크린도 물리 키 없는 전면 터치스크린이고 느리지도 않고 암튼 내가 본 스크린 중에 제일 좋았다.
코로나의 여파로 비행기 뒤에 3, 4줄은 비워둔다. 혹시 환자가 생기면 격리시킬 수 있도록. 내가 바로 그 앞자리여서 내 뒤에 아무도 없었다ㅎㅎㅎ 이런 날도 오는구나ㅠㅜ
팔걸이 다 올리고 누워서 갔다ㅎㅎㅎㅎ 그런데 나뿐만이 아니라 일행이 없는 사람들은 가운데 좌석이 비어있거나 나처럼 세 자리를 혼자 쓰고 갔다. 항공사에서도 일부러 그렇게 배치하는 것 같았다.
기내식 사진 나갑니다요
비행기 탔는데 하늘 사진 안 찍으면 섭섭하짛ㅎ
어떻게 하늘은 매번 이렇게 예쁘냐고...
사실 이것저것 하려고 계획했었는데, 하긴 뭘 해..ㅎㅎ 그냥 즐겨
'그래, 나는 지금 여행 가는 거야'라고 열심히 행복 회로 돌렸다ㅎㅎ
프랑크푸르트 -> 드레스덴
비행이 끝났다고 끝난 게 아니지. 4시간 30분 기차 타고 가야지. 기차가 끝이 아니지. 기숙사까지 트램 타고 가야지.
기차는 아무 때나 오지 않는다. (당연한 소리) 그래서 2시간 기다렸다. 프랑크푸르트는 공항이랑 기차역이 이어져 있는데, 그 중간 어디쯤에 테이블이 있길래 소독제로 슥삭슥삭 닦고 앉아 노트북을 켰다.
기차에서는 내내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몰랐다. 한국 시간으로 새벽이었기 때문에 정신을 잃어가고 있었다. 마지막 2시간은 내내 졸았다. 푹 자면 못 내릴까 봐도 그렇고, 기차 특성상 여러 번 멈추기 때문에 그때마다 깼다.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 많은 구간에서는 거의 40% 정도 찼던 것 같다. 오랜만에 20킬로 넘는 캐리어를 옮기다 보니 감당이 안됐다. 작년까지만 해도 안 그랬는데...ㅠㅜ 휘청거리고 낑낑거리고 난리였다.
트램도 아무 때나 오지 않는다. 특히 밤에는 더. 25분을 기다렸다.
집에 오니 12시 10분 정도였다. 한국 집에서 독일 집까지 꼬박 22시간 반 정도가 걸렸다. 마스크도 22시간 넘게 쓰고 있었다.
온갖 피로가 몰려왔다. 샤워샤워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웠다.
이렇게 나는 2020년 7월 1일을 31시간으로 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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