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27
주말의 실험실: 쉬는 게 중요해!
금요일에 드디어 랩 프로젝트하는 실험실에서 자리를 배정받았다. 실험하는 벤치 말고 앉아서 공부할 수 있는 그런 자리.
주말에 도서관을 갈까 하다가 실험실을 가보기로 했다. 도서관은 40분 거리에 있기 때문.
가 보니 텅텅 비어 있었다. 뭔가 기분이 아쉬우면서도 좋았다.
그렇게 공부를 하는데 저 멀리서 한 두명 들락날락하는 소리가 들리긴 했다. 역시나 실험은 복지국가 독일에서도 주말에 출근하게 하는구나.
그리고는 석사 논문을 쓰고 있는 우리 과 선배 한 명도 왔다. 러시아에서 온 친군데 영상통화를 하면서 실험을 해서 너무 시끄러웠다 :/
유럽에서 들을 때마다 신기한 말은 "좀 쉬라"는 말이다. 나는 주말에도 공부를 하거나 학원을 다니거나 하는 것에 매우 익숙해져 있는데, 유럽인들은 쉬는 게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항상 말한다. 뭐랄까 나는 쉬는 게 뭔가 생산적이지 못하고, 뭔가를 해야 할 것만 같고, 심지어는 죄책감마저 느낄 때가 있는데, 이 사람들에게는 꼭 있어야 하는 하나의 스케줄 같은 요소이다. 공부를 꼭 해야 하는 것처럼, 일을 꼭 해야하는 것처럼, 쉬는 것도 꼭 해야하는 것.
오늘 만난 러시아 친구도, 일요일인데 왜 공부를 하냐며, "절대 늦게까지 있지 마. 충전하는 것도 정말 중요해. 쉬어. 잠도 푹 자고"라고 말했고,
독일인 친구도 주말에 문자 하게 되면 항상 "주말 잘 보내고 있길 바라."로 시작해서 "쉬어"로 끝난다.
산드라도 시험기간 내내 내가 피곤해하는 것을 보고 헤어질 때 인사가 항상 "쉬는 거 잊지 마! 잠 잘 자"였다.
시험기간에 좀비모드로 다니는 건 국룰인줄 알았는데ㅋㅋㅋ
아무튼 저런 말 들으면 엄청 감동이다. 내가 막 엄청나게 열심히 사는 것만 같구 그렇단 말이지. 사실은 딱히 뭐 그렇지도 않은데
새로운 룸메
내일 새로운 룸메가 들어온다ㅠㅜ 세상 슬픔....
이제 자유로운 혼자만의 생활도 끝이다ㅜㅜㅜ
사실 오늘 저녁에 새 룸메를 봤다. 대만인이라서 헬렌과 벌써 안면을 텄던지라 방에 미리 짐을 가져다 놓으면 안 되냐는 것이었다.
어차피 내일 아침에 들어올 거면 사실 뭐가 그렇게 다른지 모르겠지만, 알겠다고 하고 룸메를 보게 되었다.
다행히 뭔가 조용해 보였다.
나는 완전 완전 혼자 사는 것을 선호하긴 하지만.
싼 방값을 내는 대가로 어쩔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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